국민연금, 송영숙 회장 측 추천 이사 선임 찬성
국민연금 결정으로 개인투자자에 가이드 역할

송 회장, “두 아들, 해외자본에 지분 매각할 것”
형제 “주식 매도 계획 없다… 근거 밝혀 주시라”

한미약품 본사 [사진 = 한미약품]
한미약품 본사 [사진 = 한미약품]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표 대결을 앞두고 있는 한미약품그룹 오너가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 한미약품그룹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측 지지를 밝히자 이번엔 국민연금이 26일 모녀(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 측 손을 들어주면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업계에선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으로 개인 투자자들 선택에 대한 가이드가 생긴 게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모녀 측이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는 28일 주주총회 결과가 주목된다.

◆국민연금 결정으로 모녀 측 근소하게 유리… 소액주주 표심이 관건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고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의 안건에 대해 심의를 진행했다. 국민연금 측은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이끄는 한미사이언스 현 경영진이 추천한 이사와 감사 선임 안건에 모두 찬성하기로 했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제안한 이사 선임 안건에는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초반에는 형제 측이 불리했다가, 신동국 회장이 형제 측을 지지하면서 판세가 바뀌었다”면서 “이번에 국민연금이 모녀 측 손을 들어주면서 모녀 측이 근소하게 다시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거론되고 있는 지분율은 추정치라서 정확한 지분율은 알 수 없다”며 “양측 지분율 차이가 매우 적은 것으로 추측된다. 주총에서 초박빙 승부가 예상된다”고 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지분은 12.54%,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은 7.62%다. 신 회장과 국민연금의 선택이 엇갈리면서 소액주주의 표심에 따라 이사진 구성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에 양측 모두 주주총회 개최 전까지 소액주주에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송 회장 “임주현, 한미그룹의 적통이자 승계자”

양측의 대립은 격화되는 모습이다. 전날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은 고 임성기 회장 후계자로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을 지목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송 회장은 입장문에서 “해외자본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두 아들의 선택은 해외자본에 아버지가 남겨준 소중한 지분을 일정 기간이 보장된 경영권과 맞바꾸는 것이 될 것”이라며 “두 아들의 말 못할 사정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고 했다.

이어 “1조원 운운하는 투자처의 출처를 당장 밝히고, 아버지의 뜻인 ‘한미가 한국을 대표하는 토종 기업으로 영속할 수 있는 길’을 찾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송영숙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떠난다’고 했던 임성기의 이름으로, 나는 오늘 임주현을 한미그룹의 적통이자 임성기의 뜻을 이을 승계자로 지목한다”고 했다.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이와 관련해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팔 생각을 해본 적 없고, 앞으로도 그 어떤 매도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밝힌다”며 “송 회장은 어떤 근거로 두 아들이 회사를 ‘해외투기자본’에 넘긴다고 단정하는지 모르겠다. 이에 대한 근거를 밝혀 주셨으면 한다. 왜곡된 정보나 유언비어를 듣고 이같은 판단과 말씀을 하셨다면, 정정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이 통합이라는 명분을 만들어 상속세 등 개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의 주식을 제약산업과 무관한 OCI에 매각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경영권을 넘겼다. 선대 회장님이 일궈 놓으신 기업을 그 기업 밑에 종속시킴으로써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5일 한미그룹은 임종윤·임종훈 사장을 해임했다. 회사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중요 결의 사항에 대해 분쟁을 초래하고,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야기했다. 회사의 명예나 신용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지속해 두 사장을 해임한다”고 밝혔다. 

◆업계 “패하는 쪽에서 주총 무효 가처분 등 제기 가능성 높아”

한편 26일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제기한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다. 한미그룹은 법원 결정에 대해 “매우 환영한다”며 “한미그룹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기 위해 OCI그룹과의 통합 외에는 현실적 대안이 없는 절박한 상황에 대해 재판부가 깊이 고심하고 공감해서 나온 결정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임종윤 사장 측은 즉시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임 사장 측은 “재판부의 고뇌를 존중한다. 다만 그 고뇌의 결과에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임시적인 조치이므로 이에 대해 즉시항고로 다투고, 본안소송을 통해 이번 결정의 부당성에 관해 다툴 것”이라고 전했다.

양측의 공방이 격화되는 가운데, 정기주주총회를 마치면 줄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그룹 안정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 모두 배수진을 쳤다. 패하는 쪽에서 주주총회 무효 가처분, 이사회 결의 무효 가처분 등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주주총회 이후는 소송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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