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국내 저출산 방지 대책을 릴레이로 내놓고 있다. 이전부터 해오던 많은 기업들도 있겠지만, 므튼 2월 초 부영건설이 1억원이라는 거금을 셋째 출산 장려금으로 지급한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앞다퉈 기업들이 출산율 높이기 공약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며칠 전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커다란 자동차. 9인승 카니발 2년 렌트비 지원을 약속했다. 그리고 22일 쌍방울도 최대 1억원을 셋째 출산 장려금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정도면 재계 서열 앞단에 있는 기업들이 슬슬 눈치를 보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 진다. 삼성, 현대, SK, LG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직원 복지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직원들 출산까지 독려해야 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모양세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정부에서는 저출산 고령사회 위원회를 구성해 국가적인 위기로 삼고,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당연히 기업에서도 정부의 스탠스에 따라 이런저런 출산 장려 정책에 동참하고 있다.

그런데 약간 아쉽다. 저출산고령사회에 대한 인식은 사실 예견된 현상이다. 최근 1~2년 사이 새롭게 떠오른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또한 돈 몇푼 - 물론 1억원이라는 돈이 작다는 건 아니지만, 아이 한명 키워내는데 1억원은 큰돈이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 으로 아이를 낳게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것도 첫째가 아니고, 둘째도 아닌, 셋째 부터 지원한다니. 이 얼마나 웃긴 얘기인지 모르겠다. 

주변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봤다. 결혼 했지만 아이 계획이 없는 30대 잠실 거주 커플. 결혼해서 아이가 1~2명 있는 40대 서초구, 성동구, 강남구 등에 살고 있는 가정 4곳. 전화를 걸어서 물었다. 1억원 주면 셋째를 출산 하겠는지. "절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전화를 더 걸어봐야 대답은 비슷할 거 같다. 

미국의 경우 아이들을 많이 출산하면 양육 보조금을 지원한다. 그래서 아이를 많이 낳는 가정도 있다고 한다. 다만 양육에 충분한 돈을 지원받지 못하고, 그 돈이 모두 아이에게 사용되는 것도 아니라서 또다른 사회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줄거면 그냥 첫째부터 주면 좋겠다. 복잡한 절차 없이 그냥 아이가 태어나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첫째부터 지원하면 좋겠다. 특정 기업을 다녀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아닌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해 주면 좀 더 실직적인 도움이 될 거 같다.

그리고 돈 말고, 아이를 출산한 가정의 부모들을 기업에서 적극 채용하면 좋겠다. 국가에서도 우선적으로 기회를 부여한다면 좋겠다. 

정말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심각하다. 생색내기용 기업 오너들의 저출산 방지 대책말고, 엄마가 감동할 수 있는, 태어난 아이가 행복할 있는 지속 가능한 대책이 나오면 좋겠다. 정부의 메시지와 별개로 기업에서 제대로 된 출산 장려 정책이 나와서 아이스버킷 챌린지 처럼 다음 기업을 지목하면 좋겠다.

"쌍방울이 1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챌린지 기업으로 신세계그룹을 지명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러다가 국내 인구가 터져나는 건 아닐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걱정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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